나는 언제나 햄버거보다는 샌드위치가 좋았다. 지금도 그렇고, 맥도널드, 버거킹 보다 서브웨이가 좋다. 참 신기한 게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여러 개인데 샌드위치 프랜차이즈는 서브웨이 하나뿐이다. 넘사벽인 건가 서브웨이 판매 시스템을 특허라도 낸 건가 싶을 정도다. 서브웨이에 가면 주문하는 메뉴는 변치 않고 에그마요 샌드위치. 요즘은 다이어트한다고 베지만 주구장창 먹는 중인데, 그럼에도 질리지가 않는다. 아마 내가 평생 하나만 먹고살아도 되는 메뉴를 고르라면 아마 샌드위치도 후보에 오르지 않을까 싶다.
심야식당 시즌1의 제7화에서 등장하는 계란샌드위치다. 에그마요라고 볼 수 있는데, 에그마요와도 좀 다른 느낌이다. 식감도 그렇고 마요의 비율도 그렇고 스타벅스의 에그샌드위치와 서브웨이의 에그마요와는 다른 느낌의 샌드위치. 스타벅스는 아주 부드러운 꾸덕한 에그소스 같은 느낌이라면 서브웨이는 그보다는 조~금 더 알갱이가 있는 느낌인데 여전히 부드럽다. 하지만 심야식당의 계란샌드위치는 흰자가 턱턱 보일정도의 크기로 씹는 맛이 있고 마요 비율이 적어 달걀맛이 도드라지는 게 특징이다. 계란샌드위치와 함께 조연으로 등장하는 햄오이 샌드위치도 함께 만들었다. 심야식당에 등장한 대로 만드는 거니까 말이다.
가정형편 때문에 신문배달을 하며 대학생활을 하는 남자와 연예인을 목표로 하는 여자가 심야식당에서 만나 계란샌드위치를 나누어 먹으며 썸을 시작하지만, 갈수록 벌어지는 사회적 격차에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 안타까운 에피소드. 어느 나라를 가든 이런 경우는 있나 보다. 안타까운 이야기는 뒤로 하고 나는 계란샌드위치를 먹고 싶으니 시작해 보자.
달걀은 찬물 넣고 소금을 넣고 끓이기 시작한다. 물이 끓고 나서부터 7분 스타트. 노른자가 가운데에 있는 예쁜 달걀을 원한다면, 달걀을 미리 실온에 두고 물에 넣은 후 젓가락으로 돌려주면 원심력으로 노른자가 가운데 모이게 되니 참고하면 되겠다. 나는 어차피 다질거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삶았다. 슬라이스햄은 시판을 사용하고 오이는 얇게 썬다. 이왕이면 두께가 동일한 게 샌드위치 만들기에 좋지 않을까.
삶아진 달걀은 찬물에 넣어 식히고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껍질을 벗기면 잘 벗겨진다. 껍질 벗긴 달걀은 잘게 다져주도록 한다. 이 계란 샌드위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랄까, 식감이 살아있게 만드는 주요 포인트인 것 같다. 보통은 달걀을 으깨서 뭉개지다 보니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인데, 이건 칼로 썰어내다 보니 알갱이가 뭉개지는 부분이 적어 식감이 훨씬 살아있다.
다진 달걀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주걱으로 골고루 섞어준다. 주걱으로 계란을 뭉개지 말고 다진 달걀 전체에 소금, 후추 간을 코팅한다는 생각으로 하는 게 좋겠다. 마요네즈와 가루들이 뭉치면 골고루 간이 안될 것 같았다. 골고루 기본 간을 한 다진 달걀에 마요네즈를 뿌리고 섞어준다. 마요네즈는 너무 많이 넣지 말고 달걀에 찰기가 돌 정도로만 넣어주는 게 좋겠다. 많이 넣어도 맛있겠지만 살이 찌지 않을까.
계란을 샌드위치 빵에 올려준다. 달걀을 퍼서 올릴 때는 수저의 뒷면으로 퍼서 올려주면 좀 더 계란 올리기가 수월하다. 만약 스프레드가 있다면 조금 더 편하게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너무 수북하게 올리면 빵을 눌러도 두께를 맞추기가 쉽지 않으니 넓게 잘 얹어주도록 하자.
계란 샌드위치 만들고 햄오이 샌드위치도 같이 만들어준다. 심야식당에서는 치즈가 들어있는지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는데 뭔가 흰색 라인이 살짝 보이는 게 왠지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쨌든 치즈 넣어 맛없을 수 없으니 넣어본다. 빵에는 마요네즈를 한번 펴 발라주고 슬라이스햄과 치즈, 오이를 넣고 만드는데, 빵이 모자라서 더블로 쌓는다. 맛있겠지 뭐.
만든 샌드위치들 가장자리 부분들을 잘라주고 삼각형 모양으로 잘라서 플레이팅 해준다. 심야식당에서는 삼각형으로 두 번 잘라 더 작게 만들었는데, 내 거는 정확히 정사각형이 아니라서 두 번 자르면 크기들이 안맞아서 한번만 잘랐다. 심야식당 플레이팅 해놓은 것과 비교해서 보면 왠지 모를 원근감이 느껴지는...
심야식당에서 가져온 계란 샌드위치를 만드는 과정이다. 플레이팅을 보니 손과 빵 사이즈가 딱 봐도 샌드위치를 두번 자른 사이즈다. 이걸 보고 내 플레이팅을 보니 거의 더블 사이즈... 귀여운 맛이 없다. 장식용으로 올린 저 파슬리는 어릴 땐 여기저기서 꽤 많이 봤던 것 같은데, 요즘에도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일부러 찾지 않아서 눈에 안 보이는 건지 요즘은 잘 없는 건지 나중에 한번 찾아봐야겠다. 파슬리는 집에 없어서 고수잎으로 장식해서 완성한다.
심야식당의 계란 샌드위치 플레이팅은 엄청 가지런하게 사이즈가 잘 맞는데, 나중에 다시 할 때는 꼭 오와 열과 사이즈를 더 잘 맞추어서 해야겠다. 울퉁불퉁 보기가 싫어진다. 집에서 먹는 건데 뭐 어때라는 생각은 들지만, 왜인지 딱딱 다 맞춰주고 싶다. 맛이 없을 수 없는 샌드위치이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건 빵이다. 동네 브레덴코에서 산 샌드위치 빵인데 묘하게 푸석푸석했던 게 왠지 좀 입안에서 불편했다. 나는 뭔가 좀 부드러운 식감, 질감의 빵을 원했는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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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n_shin_k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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