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근처를 지나다 배가 고파서 맛집을 찾으려면 택시 기사님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많은 곳을 돌아다니시는 택시 기사님들이 맛집을 많이 알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한데, 내가 몇 번 물어봤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저으기~ 어디 가면 기사식당이 있는데 거기 백반이 싸고 맛도 좋다는 것이었다. 요즘엔 기사식당을 밥집으로 자주 찾아가기에는 가게조차 보기 쉽지 않다. 전에 몇 번 가봤던 기사식당에 항상 있던 메뉴 중 하나는 제육볶음이거나 돼지불백이었다. 기사식당 스타일 돼지불백, 백종원 선생님이 알려주신다길래 따라 해봤다. 없는 재료가 있어 대체하긴 했지만, 뭐 그래도 맛있을 수밖에 없는 요리였다.
재료도 간단하고 만들기도 쉽고, 이렇게 맛있고 싼 고기반찬이 또 있을까 싶다. 나는 집에 남아있던 삼겹살과 앞다리살들이 남아있는 양이 애매해서 두가지를 섞어서 만들었지만, 값이 싼 뒷다리살로 해도 충분히 맛있는 돼지불백을 할 수 있다고 하니 부담 없이 즐겨도 될 것 같다. 대형 마트가 아니라 시장이 훨씬 싸니 참고.
메인 재료는 대파와 마늘, 고기 뿐이다. 다른 재료가 더 필요가 없다. 대파와 마늘이면 충분하다. 대파는 0.3mm 두께로 쏭쏭 썰어주고, 마늘은 간 마늘을 사용해도 되고 다진 마늘을 사용해도 된다. 나는 칼질을 좋아하기 때문에 귀찮아도 다지기. 고기는 앞다리살 슬라이스 되어있는 걸 사용한다면 붙어있는 고기들을 분리해 주고, 덩어리 삼겹살이라면 얇게 썰어주면 된다. 돼지 불백이라고 하면 얇은 고기들이 서로 엉겨붙은 모습을 기억하기 때문에 나는 얇게 썰어주었다. 두께와 써는 방법은 개인취향이니 편한 대로 썰어주면 되겠다.
썰어둔 돼지고기들을 볼에 넣고 썰어둔 대파, 다진 마늘을 넣은 후 설탕을 뿌려서 버무린다. 설탕이 녹으며 전체 재료에 코팅이 되는데, 이 설탕 코팅은 양념이 더 잘 배이고 고기에 윤기가 돌게끔 한다. 단맛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돼지고기 전체에 밑간이 잘 되게끔 하는 게 주된 목표이니 골고루 잘 버무려주도록 한다.
설탕과 대파, 다진마늘을 잘 버무려 코팅을 하고 나면, 생강가루와 매실청을 넣어서 또 버무려준다. 생강가루 대신에 다진 생강을 사용해도 좋고 생강청 같은 걸 넣어도 아주 좋을 것 같다. 매실청은 배즙 대체제로 넣은 재료이다. 매실청도 충분히 맛있는 재료지만 여기서 배즙을 딱 넣으면 양념갈비 맛이 나는 돼지불백이 되었을 텐데, 개인적으로 없어서 아쉬웠던 재료이다. 백종원 선생님의 레시피는 배즙을 넣는 것이었다. 배를 갈아서 넣어도 되지만 배를 구하기 어려우면 배음료를 사용해도 상관없다고 했다.
잡내 잡을 생강과 단맛으로 이중코팅을 시킨 버무린 돼지고기에 색을 넣고 짭조름한 단맛을 넣어준다. 간장을 넣고 노두유를 넣는다. 간장은 거의 모든 집에 다 있을 재료이지만, 노두유는 없을 수도 있으니 없다면 생략해도 무방하다. 노두유의 가장 큰 장점은 정말 맛있는 색을 입혀준다는 것이다. 정말 식당에서나 볼법한 색깔을 만들어준다.
마지막으로 후추를 톡톡 넣어주고, 참기름을 한바퀴 둘러 잘 버무려주고 마무리하도록 한다. 더 맛있게 먹으려면 하루정도 냉장고에서 숙성시킨 후 먹는 게 방법이지만, 나는 지금 배가 고프기 때문에 30분도 재워둘 생각이 없다. 그냥 바로 웍을 올리고 볶아서 먹을 준비를 한다. 간장과 양념에서 나는 단 냄새에 이미 위장이 비명을 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웍을 올리고 뜨겁게 달궈준다. 스텐팬은 아주 뜨겁게 충분히 달궈주고 재료를 넣어야 들러붙지 않고 잘 볶아진다. 가열하는 모든 스텐제품들은 꼭 예열을 충분히 해주는 게 중요하다. 양념한 고기를 넣어서 볶아준다. 치이익 기분 좋은 소리가 난다. 그냥 듣기만 해도 맛있는 소리, 배가 고파지는 소리다.
처음에 고기가 볶아지기 시작하면 수분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볶아지는데, 고기가 다 익기전에 수분이 모자라고 기름이 덜 빠졌다면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볶아주면 음식이 건조하지 않게 볶을 수 있다. 나는 대파에서 수분이 충분히 흘러나와 고기가 다 익는 타이밍과 수분이 다 날아가는 타이밍이 기분 좋게 맞아떨어졌다. 돼지불백을 볶아내고 완성했을 때에는 수분기 없이 기름이 남아있는 모습이 되어야 한다. 어쨌든 달달 볶아주어야 한다는 얘기.
이 비주얼을 보고 쌈이 안 땡기면 한국사람이 아니지 않을까. 여기 밥 한 수저 더 올리면 완벽한 한입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상추보다는 깻잎쌈을 좋아하는 편이라 깻잎을 준비했다. 쌈에 없어서는 안 될 마늘은 편 썰고 청양고추까지. 쌈은 누가 발명했는지 이 분한테는 뭔가 상이라도 주던가 해야 할 것 같다. 위인전을 써주던지 말이다. 단짠단짠의 정석. 간장의 단맛과 적당한 짭조름한 맛이 입안을 치는데 깻잎향이 그 뒤를 감싸주며, 단맛이 지겨울 때쯤 마늘과 고추의 알싸한 맛들이 다 씻어준다. 이 얼마나 완벽한 한 쌈인가. 소주가 한잔 당기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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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n_shin_k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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