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류만 하더라도 무수히 많은 파스타면과 다양한 명칭의 파스타 요리들이 있다. 그 많은 파스타 요리들을 흔히 크게 두 분류로 나누어 얘기한다. 오일파스타와 크림파스타. 이제 분류한 이 두 가지를 각각 파스타면에 맞추어 소스를 조리할 건지, 소스에 맞추어 파스타면을 골라 조리를 할 건지를 결정한다. 물론 면요리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항상 옳기 때문에 어떤 조리법을 택하든 거의 모든 파스타는 맛있다. 당연히도 요리를 하는 사람의 재량에 따라 차이는 날 테지만 말이다. 나는 오일파스타를 즐겨하는 사람이다. 크림파스타보다는 덜 무거운 느낌도 있고, 올리브오일의 향과 그 기름짐을 좋아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조리하기가 복잡하지 않고 심플하다. 과하게 포장하자면 미니멀해서 좋다. 다양한 파스타를 할 줄 알지만, 그중에서도 알리오올리오, 마늘 듬뿍에 치즈가 들어간 버전의 알리오올리오를 해보았다. 집에 치즈가 많아서……
사람에 따라 레시피는 다 다르다. 마늘을 써는 두께도 다르고, 양파를 넣는 사람도 있고, 드라이한 스타일로 조리하는 사람도 있고 가지각색이다. 실제로 이탈리아에 가보질 않아서, 이 알리오올리오라는 파스타도 지난번 얘기했던 중국의 마라탕처럼 집집마다 다 다른 맛인 그곳의 김치찌개 같은 음식인지, 아니면 오리지널의 맛이 있는 건지 질 모르겠다. 다만 한국에서는 이미 이 파스타의 조리법과 맛은 김치찌개 같은 느낌의 메뉴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번에 조리할 “나의” 알리오올리오를 대략 얘길 하자면, 오일리 하지만 약간의 농도가 있어서 면에 소스가 코팅된 듯한 알리오올리오이다. 입에 가져가면 면이 입술 위에서 놀 정도로 부드럽게 들어가고 치즈의 짠맛이 간을 도와주며 혀에서 살짝 치는 맛이 있다.
먼저 면을 삶는다. 파스타 삶는 시간을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구입한 파스타 포장지 뒷면에 적힌 시간을 보는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자기 입맛에 맞는 파스타를 찾아 그 파스타에 정착해서, 그 파스타를 삶을 때만큼은 눈대중으로 익힘 정도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조리법도 재료도 심플한 만큼 이런 디테일이 맛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면을 넣고 소금과 올리브유를 같이 넣어서 삶는다. 나 같은 경우는 면을 삶을 때 어느 정도 간이 된 면수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면을 삶는다. 그래서 차후 면을 볶을 때 이 면수를 한국자씩 넣어가며 간을 맞추고, 소스 농도를 조절한다. 면이 익는 동안 잽싸게 마늘과 홍고추를 준비하고, 치즈강판과 치즈도 대기시켜 놓는다.
마늘은 편 썰고, 홍고추는 채 썰어 준비한다. 마늘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이 넣으면 맛있다. 편 써는 게 귀찮아서 그렇지, 나중에 먹을 때 후회하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홍고추는 원래 페페론치노여야 하는데 집에 페페론치노가 떨어져서 홍고추로 대체했다. 여기서 홍고추는 맛보다는 구색 맞추기를 하는 역할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만약 페페론치노가 있었으면 홀로 넣어도 좋고, 좀 더 매운맛을 원하면 페페론치노를 부수어 넣어도 좋다.
팬에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중 약불에서 콩피 하듯 서서히 익혀서 튀긴다. 이 타이밍에 홍고추를 넣고 볶았어야 했는데 잊어버려서 나중에 넣었다. 혹시 페페론치노가 있다면 마늘을 볶으며 이때 같이 볶아준다. 이 마늘은 요리가 완성될 때쯤엔 부드러운 상태가 되어 있을 것이다. 혹시 바삭한 느낌의 마늘플레이크를 원하면 서서히 튀겨내어 건져두었다가 마무리할 때 얹어 내어야 한다. 마늘이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할 때 즈음이면 아마도 면이 어느 정도 익었을 타이밍이다. 혹시라도 마늘과 고추를 준비하는 시간이 길었다면, 면 익히는 시간을 먼저 체크해서 면을 2/3 정도만 익히고 불을 꺼준다. 이제 면을 마늘과 함께 볶을 텐데, 면을 옮기기 전에 마늘을 볶던 팬의 불은 잠시 꺼주는 게 좋겠다. 면을 옮기는 동안 마늘이 타버릴 수도 있다.
면수는 절대 버리지 말고, 면을 마늘 볶던 팬에 옮겨준다. 불을 다시 올리고, 면과 마늘을 볶아주고, 후추를 뿌려 한번 더 볶아준다. 그리고 남겨둔 면수를 한국자씩 넣어가며 볶고, 간을 맞추며 농도를 본다. 여기서 농도라 함은 면수를 붓고, 볶아지며 생긴 팬 바닥의 자작한 소스의 농도를 말한다. 면수를 몇 차례 넣어가며 볶으면 유화되어 부드러운 오일소스가 된다. 이 소스가 가진 풍미가 굉장히 좋고, 부드러운 식감을 만든다.
사람에 따라 버터의 풍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버터를 넣기도 하는데, 면수로 만든 오일소스의 풍미도 버터의 그것만큼 어마어마하게 풍미가 좋기 때문에 굳이 넣지 않아도 좋다. 여기서 아까부터 한참을 잊었던 홍고추를 넣는다.
홍고추까지 넣고 한번 볶아주고 불을 끈다. 그리고 대기시켜 놓았던 파르미지아노레지아노 치즈를 치즈강판에 슥슥 갈아 얹고, 파슬리 가루를 한번 둘러 뿌린 후 볶아진 면과 한번 휘휘 섞어준다.
불을 올리고 한번 더 잠시 볶아 불을 끈다. 집게로 면들을 휘휘 감아 준비된 접시에 플레이팅하고, 그 위에 파르미지아노레지아노 치즈를 한번 더 갈아 올리면 완성이다. 자신만의 알리오올리오 레시피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면 밖에 나가서 내 돈 주고 파스타를 사 먹기엔 돈이 아까워진다. 익숙해지면 그 정도로 맛있는 파스타를 할 수 있게 된다. 다테일한게 많아서 그렇지, 요약해서 얘기하면 이만큼 간단한 요리도 없을 것이다.
면을 삶는다. 마늘을 볶는다. 면을 넣고 볶는다. 간을 한다. 치즈를 뿌린다. 플레이팅 한다.
이 간단한 조리법 사이사이 과정에서 디테일이 있고, 그 디테일들이 맛에서 큰 차이를 만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알리오올리오가 기본이지만 어렵다고 얘기하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들이 내 것이 되면 간단한 재료로 굉장한 맛을 내는 사람이 될 수 있다. 파스타의 세계는 넓고 험하지만 기분 좋은 모험 같은 음식이다. 또 다른 파스타를 기대하며 이번엔 여기에서 마무리.
@plates_n_crumbs
@ian_shin_kj
'Plates_n_Crumbs' 카테고리의 다른 글
#008 #치즈버거 I #양식 #집밥 (0) | 2023.02.20 |
---|---|
#020 #바지락술찜 #アサリ酒蒸し #심야식당 #일식 #집밥 (2) | 2023.02.19 |
#006 #마라탕 II #중식 #집밥 #안주 (0) | 2023.02.15 |
#005 #마라탕 I #중식 #집밥 #안주 (0) | 2023.02.13 |
#004 #어묵튀김 #치즈웨지감자 #양식 #집밥 #안주 (0) | 2023.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