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n's Crumbs

이안의 부스러기들 ㅡ 걸어가며 흘린 부스러기들을 담아놓는 저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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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 #바지락술찜 #アサリ酒蒸し #심야식당 #일식 #집밥

무심한일상 2023. 2. 19. 09:00

요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 중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일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알고 있을 만한 드라마 중 하나다. 바로 심야식당.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이자, 모니터를 보며 가장 많이 따라한 요리들이 있는 드라마이다. 앞으로 심야식당 시리즈로 심야식당에 나왔던 요리들을 따라서 쭈욱 해보려고 하는데, 100% 같은 맛일 순 없겠지만, 팬픽 같은 느낌으로 최대한 있는 그대로를 따라 하며 해보려고 한다. 그 첫 번째 스타트를 끊을 메뉴는 바지락술찜. 내가 가장 아끼는 안주이자, 메뉴이다.

 

바지락 술찜

심야식당 시즌2의 제3화에서 등장하는 메뉴다. 노총각 아들과 아들을 끔찍하게도 여기는 어머니의 티격태격하는 사랑을 무덤덤하게 그리는 일화였다. 어릴 때 바지락 술찜에 바지락을 먹고 남은 국물을 밥에 적셔 먹는 걸 그리도 좋아했다면서 다 자란 아들은 어릴 때 먹었던 바지락술찜에 정종을 한잔하고 밥을 먹는다.

 

바지락 술찜과 정종

바지락술찜이 좋은 이유는 안주도 되고 밥도 되는 메뉴라서 이다. 술을 막 마시기 시작할 때쯤, 갓 스무 살이 넘었을 땐 안주와 밥은 다른 거라 생각했는데, 자라고 보니 밥 겸 안주가 동시에 되는 메뉴가 최고였던 걸 알았다.

 

염도가 잘 맞고, 조건만 갖춰지면 혓바닥을 내미는 바지락들.

시장에 갔더니 바지락 한 바구니에 5,000원이다. 대략 1킬로그램 정도 되는 양이다. 시장에서부터 들고 올 땐 몰랐는데 집에 와서 보니 꽤 많다. 먼저 해감을 한다. 가능하면 1시간 이상 해감해주는 게 아무래도 뻘이 안 씹힌다. 해감할 소금물을 만들어야 한다. 정수물 1리터당 밥숟가락으로 천일염을 크게 2스푼 퍼서 넣으면 대충 맞는 것 같은데, 천일염이 없다면, 가는소금 7 티스푼 정도 넣으면 얼추 맞다. ’ 염도가 맞다 ‘의 기준은 바지락을 넣었을 때 애들이 혓바닥을 쭈욱 내밀고 잘 살아있다는 게 확인된 상태다. 물론 하루정도 해감을 하면 모래가 전혀 씹히지 않는 아주 상태 좋은 바지락을 만날 수 있다.

해감할 때는 스텐 볼을 쓰는 게 좋고, 정수물에 소금을 완전히 녹인 상태에서 바지락을 넣어야 한다. 식초를 한두 방울 넣어주면 애들이 뻘을 빨리 뱉어내게 하는데 도윰이 된다. 바지락이 뱉어낸 뻘이 바닥에 잘 떨어질 수 있게 홈이 큰 바구니에 담아 넣어야 좋고, 뱉어낸 뻘을 다시 먹지 않게끔 바닥에서 바구니가 조금 떠있게 해 주는 게 좋다. 그리고 볼 내부를 깜깜하도록 뚜껑을 덮어준다. 그래서 난 스텐볼에 소금물을 만들고, 식초를 한두 방울 떨어뜨려 잘 섞고, 섞었던 스텐수저를 그대로 하나 넣고, 그 위에 바구니를 올려 바닥에서 띄운 후, 바지락을 넣고 수건을 덮어 두었다. 1시간만 지나도 해감이 잘 되고 하루정도 그냥 놔두면 첫 번째 사진처럼 된다. 잘 살아있다.

 

재료 준비하기

재료는 많지 않다. 특별한 것도 없다. 바지락, 쪽파, 마늘, 건고추 또는 홀페페론치노, 버터, 청주가 전부이다. 그리고 심야식당 팬쿡인 만큼 드라마에서처럼 양은냄비로 준비했다. 드라마에서는 프라이팬에 조리를 하고 양은냄비로 옮긴 것 같지만, 나는 바로 양은냄비에 조리한다. 마늘 두 개 정도를 으깨고, 건고추는 절반 갈라 씨를 뺀다. 마늘과 건고추를 양은냄비에 넣고 바지락을 넣고 불을 올린 후 청주를 두 바퀴 정도 돌려준다. 바지락양이 좀 많다 싶으면 청주를 조금 더 넣어도 좋다. 바지락에서 나온 물이 많이 짜기 때문에 청주로 간을 잡는다 생각하고 양을 맞춘다. 청주가 바닥에 자작하다 정도가 좋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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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고추 -> 바지락 -> 청주.

청주를 붓고 뚜껑을 덮고 기다린다. 요리를 할 때 즐거운 것 중 하나가 소리를 듣는 건데, 뚜껑을 닫고 조용히 소리를 들어보면 조개가 입 벌리는 소리가 투둑투둑 하고 들린다. 조개가 입을 벌릴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끓어올라 넘친다 싶을 때 뚜껑을 열면 아마도 거의 다 입을 열고 있을 것이다. 기다리는 동안 쪽파를 쫑쫑 썰어 준비한다.

뚜껑 닫고 기다려.

조개가 입을 다 벌리고 끓어 넘치면, 뚜껑을 열고 풍미를 엄청나게 올려줄 버터를 넣고, 향을 돋궈줄 간장을 한 바퀴 살짝 돌려준다. 버터와 간장, 이 두 재료의 케미는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안다. 뜨끈한 흰쌀밥 위에 버터 올리고 간장 살짝 올려주기만 해도 밥 한 그릇은 그냥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맛이 좋으니까 말이다. 바지락에서 나온 물이 이미 간이 다 되어 있으니 간장은 많이 두르지 않아도 된다.

바글바글 끓는게 청주가 많아보이지만 다 거품이다. 간장 둘러주기.

버터와 간장의 향이 올라오고 자글자글 좀 더 끓이는데, 너무 끓이면 국물이 너무 졸아서 나중에 밥 비벼먹을게 없어질 수 있으니 확인해주어야 한다. 청주는 생각보다 빨리 졸아들고 날아간다. 마무리로 쫑쫑 썰어둔 쪽파를 올린다.

 

쪽파를 잔뜩 뿌리면 완성

쪽파가 잘 섞이게끔 슥슥 잘 버무려 자작한 국물에도 쪽파향이 스며들게끔 만들어주고, 소주나 사케를 한잔 따라 놓고 먹기 시작하면 된다. 정말 이런 안주가 또 있을 싶을 만큼 싸고 맛있고 빠른 음식이다. 별건 없지만 집술 할 때 뭔가 있어 보이는 메뉴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어패류 요리들은 아무리 싼 재료라도 비주얼이 일단 먹고 들어가는 것 같다. 이 바지락술찜처럼 말이다.

 

바지락 껍데기로 퍼먹는 짭조름한 국물맛은 소주를 부른다.

옛날부터 심야식당은 정주행을 몇 번 하고 나니, 이제는 정주행을 하지는 않는다. 그저 보고 싶은 에피소드만 골라서 몇 번이고 다시 볼뿐이다. 가장 많이 돌려본 게 바지락술찜이고 그다음이 크림스튜, 가라아게, 네코맘마, 버터라이스, 니코고리, 감자샐러드, 계란말이, 가츠동, 달걀샌드위치, 야키소바… 이러다 전편 다 나오겠네…… 어쨌든 할 수 있는 메뉴는 가능하면 다 해보는 게 지금 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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