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n's Crumbs

이안의 부스러기들 ㅡ 걸어가며 흘린 부스러기들을 담아놓는 저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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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 #오뎅탕 #おでん #일식 #집밥 #안주

무심한일상 2023. 4. 10. 09:00

분명히 집밥인데 일식만 하게 되면 자꾸 술안주를 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내가 술을 좋아해서 그런 건지, 음식을 할 때마다 술안주를 하는 것 같아 뭔가 좀, '이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뭐 아무렴 어떤가 술안주도 밥이 될 수 있지. 반주라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 맛있는 음식에 맛있는 술은 국룰 중에 국룰 아닌가? 

 

원래 주로 한국식 어묵탕을 자주 해먹었는데 이번에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일식 어묵탕이 당기는 것이 한국식 어묵탕이 좀 질렸나 보다. 그게 아니면 또 냉장고를 열어보고 일식 오뎅탕이 떠올라서 그런 걸 지도 모르겠다. 곤약도 있고, 시장 갈 때마다 어묵을 이것저것 샀더니, 어묵도 자꾸 쌓여간다. 이럴 때 한 번에 대량으로 재료를 해결할 수 있는 메뉴는 오뎅탕뿐이다. 이것 참... 이사 가기 전이라서 그런지 머릿속에는 계속 냉장고부터 털자라는 생각만...

 

마침 쪽파도 있다.

원래 제대로 오뎅탕을 하려면 유부도 준비해야 하고, 유부 안에 들어갈 속재료도 준비해야 하고 생각보다 잔작업과 밑작업들이 많이 필요하다. 그래도 굳이 필요하진 않으니 다 패스하겠다. 어차피 오늘은 오뎅을 털어먹자는 게 주된 목표니까. 집에 있는 재료로 대충 구색을 맞춰본다. 오뎅 많고, 곤약, 쪽파, 무, 가래떡, 혼다시, 간장, 가쓰오부시, 다시 육수. 이 정도면 충분하다.

 

쪽파가 들어간 오뎅탕과 안 들어간 오뎅탕은 그 맛이 천지차이니, 쪽파는 한 줌정도 썰어준다. 오뎅탕은 같이 먹을 무도 넣어주는 게 정석. 일본과 한국은 무를 쓸 때 생각하는 게 서로 다르다. 일본은 무를 먹기 위해 삶고, 한국은 국물을 내려고 삶는다. 사소한 차이이지만 이런 생각이 요리할 때 차이를 만드는 것 같다. 오뎅탕의 무는 동그랗게 깎아서 무 전체에 국물맛이 골고루 배어들 수 있도록 해서 먹는다. 일본의 오뎅탕은 재료를 넣고 오랫동안 끓인 후 먹는 음식이 아니라서, 무는 간장을 넣고 삶거나 그대로 미리 한번 삶아두면 좋겠다.

쪽파와 무 다듬기.

곤약은 굵은소금으로 표면을 한번 정리해 주고 물에 씻는다. 6~7mm 정도 두께로 직사각형을 만들어 가운데를 가르고 한쪽을 그 사이로 밀어 넣으면 보기 좋은 모양이 된다. 사각형을 그냥 씹어먹는 것과는 조금 다른 식감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만들어둔 곤약은 끓는 물에 한번 데쳐준다. 곤약이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해서 자주 많이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잘못하면 소화불량이 심해질 수 있으니 곤약이 몸에 잘 맞는지 알고 먹는 게 좋겠다.

곤약 손질하기.

오뎅을 꽂아보자. 집에 오뎅꼬지가 왜 있는지 누군가 물어본다면 대답할 자신이 없다. 나도 이게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오뎅탕을 먹기 위해 이번에 사 온 건 아니다. 없었다면 그냥 오뎅을 때려 넣고 끓여 먹으면 될 일, 굳이 오뎅을 꼬지에 꽂았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집에 있으니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꽂아줘야지. 원하는 조합으로, 원하는 사이즈로 오뎅을 꽂아준다.

오뎅 꽂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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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무도 준비하고, 곤약도 준비하고, 오뎅도 준비한다. 얼려두었던, 설 때 뽑은 가래떡도 물에 1분 정도 데쳐 꼬지에 꽂아서 준비했다. 포장지에서 막 나온 오뎅은 표면에 지저분한 기름이 많기 때문에 그대로 끓이면 탕이 탁해지고 기름이 많이 뜨게 된다. 끓는 물에 한번 데쳐서 한번 씻어준다 생각하며 기름을 한번 빼준다.

재료 준비해서 냄비에 한번 데치기.

다시 육수를 부어주고 물을 끓인다. 나는 어제 다른 요리를 위해 준비했었던 다시 육수를 다시 썼다. 시판용 다시백을 찬물에 하루정도 우려내어 주면 깔끔한 육수를 맛볼 수 있다. 물이 끓어오르면 불을 끄고 가쓰오부시를 넣은 후 30초 정도 후에 싹 건져내어 준다. 가쓰오부시를 팔팔 끓여버리면 향이 금방 날아가기 때문에 불을 끄고 육수를 내어주도록 한다. 간장과 혼다시를 넣고 간을 맞춘다. 

오뎅탕용 육수 만들기.

혼다시는 가쓰오분말과 각종 조미료를 섞어만든 일본 아지노모토사의 대표적인 MSG이다. 알겠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미원은 아지노모토사가 원조이다. 미원을 만들어낸 회사에서 가쓰오부시로 MSG를 만들었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어마어마하게 깊은 감칠맛이 나는 오뎅탕을 먹을 수 있다. 좀 더 건강하게 먹으려면 가쓰오부시 분말가루가 있는데 그걸 넣어주면 되겠다.

오뎅 닮고 한소끔 끓여주기.

만들어진 육수에 만들어둔 오뎅을 예쁘게, 가지런하게 잘 담아주고 한번 끓여준다. 오뎅의 풍미가 육수와 합쳐지면서 좋은 향기가 풍겨져 나온다. 오래 끓일 필요는 없고 물이 끓기 시작한 후 2~3분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완성된 오뎅탕 위에 처음 썰어둔 쪽파를 뿌려서 마무리한다.

 

오뎅은 뭐 맛있지.

사케가 한잔 당기는 일품 오뎅탕. 집에서 재료만 있으면 후다닥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이게 꼬지에 꽂고, 무 삶고, 곤약 모양내고, 하는게 시간이 걸리는거지, 사실 무, 곤약 없고 꼬지 생략하고 오뎅탕 끓여도 맛있다. 냄비에 물 끓여서 오뎅만 한번 데쳐내고, 가쓰오부시 육수에 혼다시, 간장, 오뎅 다 때려 넣은후 끓여서 쪽파 올리면 끝인 음식이다. 이 정도만 해도 왠만한 이자카야에서 먹는 것 같은 오뎅탕 맛이 나니, 멀리 가지 말고 집에서 마음 편안하게 끓여, 사케 한잔에 영화나 한편 보면서 먹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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