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음식 중에 가장 레시피로 소개하기 어려운 메뉴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김치찌개가 아닐까. 어느 집을 가든 그 집만의 김치찌개 맛이 있어서 우리 집 김치찌개가 가장 맛있다며 순위를 정하기가 어렵다. 거기다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어릴 적 추억의 김치찌개의 맛이 깊게 남아있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맛있는 김치찌개 레시피라며 소개해주기도 약간 부담스러운 느낌이다. 물론 이 김치찌개는 내가 어릴 적 먹던 그 맛의 김치찌개는 아니다. 부모님이 해주신 김치찌개가 아니라 내가 한 김치찌개니까 말이다.
부모님한테 받은 레시피가 아닌 내 방식의 레시피라 맛은 다르지만 맛있다. 부모님 레시피가 맛있냐, 내 방식이 맛있냐라고 물어보면 질문이 잘못된 거다. 둘 다 맛있기 때문에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친구집에 가서 친구 부모님이 해주신 김치찌개를 먹어보면 또 다른 맛이다. 그런데 그것도 맛있다. 이 정도면 그냥 거의 대부분의 김치찌개가 맛있다고 해야 맞는 것 같다.
뚝배기에 조리할 것이기 때문에 1인분 기준으로 요리한다. 준비할 재료는 마늘 1톨, 대파 1/2대, 두부 약간, 묵은지나 신김치 2~3장, 돼지고기 앞다리살 한 줌정도에 양념으로 식용유, 맛술, 간장, 설탕, 소금, 멸치액젓, 고춧가루, 치킨파우더, 멸치다시가루, 통깨, 참기름이다. 생각보다 꽤 많은 양념이 들어가지만 꽤 깊은 맛이 나니 좋다. 물은 500ml 정도 준비하는데 쌀뜨물이 있다면 그걸로도 좋다.
마늘 1톨은 뭉개서 대충 다져주고, 대파 1/2대 중 2/3는 잘게 썰고, 나머지는 고명용으로 어슷 썰기를 한다. 두부는 5장 정도 나오게 준비해서 적당한 크기로 썰어주는데 기호에 따라 깍두기를 썰어도 되고, 으깨도 상관없다. 김치는 배춧잎 2~3장 정도 준비해서 잘라주면 되고 이왕이면 배추 머리 부분을 약간 넣어주는 게 깊은 맛을 내는데 한몫을 한다. 나는 집에 있는 묵은지를 준비했다. 돼지고기는 앞다리살 한 줌 정도를 준비해서 잘게 썰어주는데, 기름기 있는 부위라면 고기부위는 상관없을 듯하다.
불 위에 뚝배기를 올리고 식용유 1 tbs를 둘러 기름 온도를 올려준다. 다진 마늘과 잘게 썬 대파를 넣고 볶아 마늘향과 파향이 올라오게 30초 정도 볶아준다. 보통 찌개를 할 때 개인적으로 기름기가 살짝 올라간 찌개들을 좋아해서 기본적으로 기름에 채소를 볶아서 찌개를 한다. 볶은 채소들에서 나오는 그 맛들의 깊이가 꽤 좋기 때문에 거의 항상 기본으로 들어가는 과정이다.
볶아진 마늘과 대파 위로 잘라둔 돼지고기를 넣고 함께 볶아준다. 뒤적뒤적 처음 몇 번만 마늘과 대파 돼지고기들이 서로 섞일 수 있도록 해주고 지글지글 익혀준다. 뒤적이지 않고 그냥 둔 상태로 조금 놔두어도 괜찮다. 바닥에 살짝 누르더라도 나중에 양념하면서 다 떨어져 나오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돼지고기에서 기름이 나오며 90% 정도 익었을 때 맛술 1 tbs, 간장 1 tbs를 넣고 1분 정도 볶아준다. 맛술은 돼지의 잡내도 날려주고 맛술의 단맛이 남으며 돼지고기에 코팅을 해준다. 간장은 자글자글 끓으며 돼지고기의 기본 간을 해주기도 하고 풍미를 한번 확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사실 이렇게만 볶아서 밥반찬으로 먹어도 무방하다.
맛술과 간장을 넣고 잘 볶아준 후 설탕 1/2ts와 맛소금 1/2ts, 멸치액젓 1/2 tbs, 고운 고춧가루 1/2 tbs를 넣고 30초 정도 달달 볶아준다. 맛소금 대신 꽃소금을 써도 무방하고, 설탕도 스테비아로 대체해서 사용해도 좋다. 처음부터 끝까지 센 불로 뚝배기가 뜨거운 상태로 조리해야 한다. 그래야 수분기가 빠르게 날아가며 진한 양념과 함께 고기가 볶아진다.
고운 고춧가루가 색깔이 잘 나오기 때문에 자주 사용하지만 굵은 고춧가루도 크게 상관없다. 그리고 고춧가루를 볶는 타이밍에서 김치찌개도 두 가지 맛으로 갈라질 수가 있는데, 볶은 김치의 진한맛을 원한다면 고춧가루를 넣을 때 김치를 넣어서 함께 볶아주고, 김칫국의 시원한 맛을 원한다면 지금 이 과정을 그대로 따라오면 된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다르게 조리하지만 오늘은 뭔가 김치의 시원한 맛이 느껴지는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
고춧가루까지 넣고 돼지고기를 볶다 보면 이건 제육볶음인데? 지금 먹으면 딱 좋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참고 치킨파우더 1/2ts를 넣고 30초간 더 달달 볶아준다. 밥 비벼 먹으면 좋을 것 같은 비주얼의 제육볶음에 물 300ml를 붓고 김치를 함께 넣어 끓여준다.
김치를 넣고 한번 잘 섞어준 후 5분간 팔팔 끓여준다. 팔팔 끓는 동안 볶아두었던 양념들이 풀어지고 돼지고기의 기름들도 빠지며 맛이 깊어지기 시작한다. 김치에서도 맛있는 수분이 빠지며 진해지고 국물이 졸아들며 찌개가 점점 진해지는 게 눈에 보인다. 5분 정도 지나면 이건 김치 짜글이인가? 밥 비벼먹으면 이만한 밥도둑이 없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 타이밍에 물을 100ml 추가해서 붓고 멸치다시가루 1/2ts를 넣고 3분 정도 팔팔 끓여준다. 중간중간 물을 나누어 넣어주는 게 참 귀찮은 과정이지만, 이 과정이 김치찌개를 엄청 깊게 만들어준다. 맛을 한 겹 한 겹 입히는 작업이라고 해야 하나. 무슨 김치찌개에 이렇게 공을 들이냐 할 수 있지만, 먹어보면 다르다. 아마 쌀뜨물로 했으면 더 맛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물을 100ml 더 넣고 두부를 얹고 1분 정도 끓여주고 대파 고명을 얹고 마지막으로 3분 더 끓여준다. 생각보다 공이 많이 들어가는 제대로 된 뚝배기 한 그릇이다. 뚝배기가 뜨거우니 받침을 깔고 뚝배기를 얹어준 후 통깨를 약간 갈아 올리고 참기름 1/2ts정도 살짝 한 바퀴 돌려준다.
엄청나게 공들인 뚝배기 돼지고기 김치찌개다. 김치가 흔하고 흔해서 그렇게 대단한 음식은 아니지만, 이렇게 공들여 끓인 김치찌개 꽤 맛있다. 밥숟가락이 쉬지 않고 움직인다. 요즘 몸관리를 하고 있어서 국물요리는 가능하면 줄이고 있는 중이라 김치찌개 같은 국물 요리는 참 오랜만이다.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다양한 양념으로 차근차근 맛을 입힌 김치찌개는 그야말로 얼큰 시원 그 자체이다. 고추나 이런 매운 재료들을 따로 더 넣지 않아서 첫끼 식사로 먹기 딱 좋았다. 꽤 오랜만에 먹은 김치찌개라서 이 맛을 좀 잊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좀 더 자주 해 먹어야겠다. 이 글을 보는 모든 분들도 맛있는 김치찌개를 드시길 바란다.
@a_casual_routine
@ian_shin_k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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